2008년 12월 6일 토요일

순진한 형 미인도를 봤네..

아는 형이 미인도를 보자고 졸라서 그럼 당장 한편 보고 끝내자고 해서 만나보니 시작한지 4분이 지났더라.

그런데 그 형, 다른 영화는 안 보고 미인도만 보겠다는 거다.

어째 그 형은 야한 영화도 아마 본적이 없다고 했던 것 같아서 미인도는 에로라고 강조를 했지만 보겠다는 거였다.

그 형이야 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미인도를 고전역사물쯤으로 착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포스트만 언듯 봐도 왠 여자가 옷을 반쯤 벗고 남정네랑 부둥켜 안고 있는 모습은 여지없는 애로물이었다.

김홍도와 신윤복이 누군지 이름도 헷갈려 하는 나로서는 미인도를 김홍도가 그렸든 신윤복이 그렸든 그런건 전혀 관심이 없었고, 영화에 대해서는 왠 여자가 주인공 인것 같던데 김씨나 신씨가 여자였던가 하는 의문이 드는 정도일 뿐이었고 시간도 없고 별로 거부감은 없었던지라 완고한 형을 봐서 얼른 표를 달라고 했다.

그런데 그 형은 미인도이야기부터 꺼내서 미인도만 고집하는 걸 보면 미인도에 대해서 조사를 했음이 분명했다.

찐한 장면이 한부분 나오고 김민선도 전라로 나오는 장면이 많았는데, 그형 나오면서 아무 말이 없었다.

극장을 나와서는, 늦었는데 빨리 잘 가라고 하고 훌쩍 가버리더라.

영화는 잘 봤을라나 모르겠다.

왕년의 1위를 고수하던 미인도라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겨우 스무명정도 될려나 그정도밖에 안 되더라.

왠 3,40대 부부도 몇쌍 있고 분위기도 착 가라앉은 데다 영화도 조선시대 배경이라 완전 한물 간 영화보는 느낌이었다.

내가 본 미인도는 미인도를 강물에 얹어 흘려 보내서 흘러가는 모습을 물속에서 찍은 장면이 그나마 작품성이 있어보였고 김민선이 애인이 입어보라고 준 옷을 입을 때 뒤돌아서 전라로 머리를 풀어해치는 모습이 선이 보기좋았을 뿐 그다지 역사를 고증한 시대물로는 보이지 않았다.

신윤복의 그림도 에로물로 볼 수도 있구나..

신윤복이 여자였구나...

이러면서 영화 만든 사람들 소재 한번 잘 골랐다는 생각도 들고.

그 형, 토익이나 붙어야 될텐데..

댓글 2개: